단기 비용 아닌 장기 이익의 원천: ‘사회적 가치’를 ‘재무적 가치’로 전환하는 ESG

ESG 기업의 생존 리스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 단기 비용이 아닌 장기 이익의 원칙

ESG 경영에서 환경(E) 이슈가 기후위기로 인해 시급하게 부각되었다면, 사회(S) 이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대두와 함께 그 중요성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리스크로 커졌습니다. 직원, 공급망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에 걸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기업의 **운영의 자유(License to Operate)**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핵심 동인이 되었습니다. S 영역의 관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E, G 못지않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에서 발간한 ESG 핸드북 Social 편은 ESG 경영 전략을 고민하는 실무자들을 위해 **S(사회) 영역**에 대한 개괄적 이해와 함께,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동향 및 체크리스트를 제공합니다. 본 글은 해당 핸드북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S 영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분석하며, 특히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영향(Impact Materiality)이 재무적 위험으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1. ‘Social’을 넘어 ‘Stakeholder’로: S의 정의 확장과 중대성

S 영역에 대한 논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CSR 논의는 1950년대부터 시작됨), 최근 그 범위가 기업의 **가치 사슬(Value Chain)** 전체로 점진적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기업의 핵심 경영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에 기인합니다.

  • 개념 재정의 및 Stakeholder 관점: 일부 보고서는 ‘Social’이라는 용어 사용이 S의 개념화를 방해하고 측정의 부재로 이어진다며, S를 **’Stakeholder(이해관계자)’**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주주를 넘어 고객, 직원, 공급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기업 경영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 측정 기준의 변화: 활동(Input)에서 효과(Outcome)로: 기업의 실제 노력이나 활동(예: 교육 시간)을 측정하기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측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 교육 시간을 묻는 대신 **’협력업체 공장의 임금 위반 제보 빈도’** 또는 **’임금 격차 해소율’**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S 영역의 활동이 실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요구합니다.
  • E와 S의 상호의존성(Just Transition):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은 E와 S 범주를 명확히 나누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종적 정의나 경제적 불평등은 S 문제로 분류되지만, 기후변화(E)가 전 세계 저소득 지역사회에 불균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라는 S 문제와 연결됩니다. 즉, 탄소 중립을 위한 산업 구조 개편 시 발생하는 실업 및 지역 경제 붕괴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공정 전환(Just Transition)**은 E와 S가 융합된 대표적인 이슈입니다.

2. S 영역의 핵심 축: 인권 경영 및 DE&I 실행 전략

S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인권 경영(Human Rights Management)**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입니다. 이 두 가지는 기업의 내부 문화와 외부 공급망 관리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1) 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부상과 전략화

  • 투자사의 의무화 및 측정: 글로벌 투자사들은 다양성 비율(특히 성별, 인종) 의무화를 늘리고 있으며, 이는 DE&I 동향을 이끌고 있습니다. **다양성(Diversity)**은 구성원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 **형평성(Equity)**을 통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포용성(Inclusion)**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경영진 보수 연계와 공시 확대: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성 목표 달성 여부와 임원 보수(인센티브)**를 연계하여 DE&I를 핵심 전략으로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사회와 경영진의 다양성 정보를 공개하는 공시 의무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인재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SDGs의 관점: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슬로건인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은 DE&I 접근 방식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업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은 혁신과 성과 향상의 필수 조건입니다.

(2) 공급망 인권 실사 및 국내외 규제 강화

  • 글로벌 공급망 실사 의무화(CSDDD):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등 주요국은 법을 제정하여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인권 및 환경 리스크를 의무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 노동, 강제노동 문제(예: 신장 위구르족), 불공정 거래 등은 국제적인 규제 및 소송 이슈로 이어지고 있어, **인권 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었습니다.
  • 국내 규제와 산업 안전의 중요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S 영역이 강화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산업 안전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극대화되었습니다. 경영진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가 법적 책임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며, 이는 기업 거버넌스(G)와 S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근로 조건 및 공정 노동 기준: S 영역은 작업장의 안전뿐만 아니라 적절한 임금, 근무 시간, 결사의 자유 등 **ILO(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에 기반한 공정 노동 기준 준수를 포함합니다. 기업은 내부 직원과 공급망 근로자 모두에게 건강하고 공정한 노동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3. 미래 주역, MZ 세대가 S 경영을 가속화하다

미래의 소비 주체이자 노동력인 MZ 세대(밀레니얼 및 Z 세대)는 기업의 S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변수입니다. 이들은 기업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치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높습니다.

  • 취업 및 인재 유치 기준의 변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56%)이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중시하는 기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보수 안정성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가 MZ 세대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이 S 이슈에 소극적일 경우, **인재 유치 전쟁(War for Talent)**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 소비/투자/취업 전반의 가치 소비: MZ 세대는 소비, 투자, 취업 부문 전반에서 ESG를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생산 과정의 윤리성, 기업의 투명성 등을 면밀히 살피는 **가치 소비**를 지향합니다. 이는 기업들이 MZ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ESG 콘텐츠를 제작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 내부 고발 및 평판 리스크: MZ 세대는 불공정함이나 비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내부 고발 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론화**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S 영역에서의 작은 실수가 순식간에 기업의 평판 리스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은 내부 윤리 및 소통 채널 관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결론: S는 단기 비용이 아닌, 장기적 기업 이익의 원천

ESG, 특히 S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자본 비용을 낮추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인권 및 노동 관련 리스크는 소송, 불매운동, 정부 제재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재무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될 수 있으나, 공정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 포용적인 문화는 **직원 몰입도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혁신을 촉진**하며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기업들은 S 영역의 잠재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후 대응적 자세를 넘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균형 잡힌 노력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S 경영은 더 이상 시혜적인 활동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비즈니스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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