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C(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 혁신 기후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새로운 탄소금융 메커니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위협으로 다가왔으며, 이제 탄소중립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목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 노력의 중요한 축을 탄소 시장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탄소 시장은 크게 규제적 접근 방식과 자발적 접근 방식으로 구분되며, 이들은 다양한 메커니즘과 크레딧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후기술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존 사후(Ex-post) 크레딧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잠재적 감축 가치를 선제적으로 인정하는 사전적(Ex-ante) 탄소금융 메커니즘의 도입이 절실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EPC (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Part 01. 기존 탄소 시장의 구조와 혁신 기술 상용화의 장벽

1. 규제적 접근 (CCM)과 자발적 접근 (VCM)의 현황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감축 노력은 크게 ‘규제적 접근’과 ‘자발적 접근’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 가능한 크레딧’을 매매하는 플랫폼이 탄소시장입니다.

구분 특징 및 주요 메커니즘
규제적 접근 (CCM)
  • 배출 주체에 법적 의무를 부과하여 감축 목표 준수.
  • 주요 형태: 배출권거래제(ETS). (국내: K-ETS, 외부사업 KOC 등 해당).
  • 한계: 주로 검증된 기존 기술의 최적화에 초점, 기술 혁신보다는 현행 시스템 내 효율 개선에 기여.
자발적 접근 (VCM)
  • 기업, 개인 등의 자발적 감축 활동 촉진. 발행 성과를 거래하는 시장.
  • 급격한 성장 추세 (ESG 확산, 탄소 중립 목표 증가).
  • 한계: 투명성 부족, 데이터 평가 기준 표준화 미흡으로 크레딧 품질 및 추가성 불확실성 제기.

2. 사후적(Ex-post) 크레딧 방식의 근본적 한계

현재 대부분의 탄소시장은 실제 발생한 감축 성과를 검증하여 사후에 크레딧을 발행하는 ‘사후적(Ex-post)’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방식은 감축량의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특히 혁신적인 기후기술 기반 프로젝트에는 심각한 한계로 작용하여 상용화를 저해합니다.

  • 높은 초기 투자 비용 및 기술적 불확실성: 혁신 기술은 개발 및 상용화에 막대한 초기 자금이 필요하며,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 개발 및 검증에 장시간 소요: 기술 개발부터 실제 감축 성과 발생 및 크레딧 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 자금 회수 시점의 불확실성: 크레딧 판매를 통한 자금 회수가 감축 성과 발생 시점까지 지연되어, 초기 투자 유치 및 사업 추진 동력 확보가 어렵습니다.

Part 02. EPC (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의 등장과 메커니즘

1. EPC의 정의 및 핵심 속성: 사전 금융 기반 탄소금융

EPC(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기후기술 기반의 크레딧’‘사전 금융’ 방식을 통해 거래하는 탄소 시장의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혁신적인 기후기술의 잠재적 탄소감축량을 사전에 인정받아 크레딧 형태로 선제적으로 유동화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EPC 설계의 핵심 목적: 기후기술 기반 탄소시장 활성화, 크레딧 공급자의 기술 고도화 및 상용화 가속화 지원, 수요자의 고품질 크레딧 확보 및 그린워싱 위험 완화, 탄소 감축 또는 제거 기술에 대한 초기 자금 지원.

사후 크레딧(Ex-post)과 EPC(Ex-ante)의 비교

특징 사후 크레딧 (Ex-post) EPC (Ex-ante)
발행 시점 감축 발생 및 검증 후 감축 발생 이전 (사업 계획 단계 등)
주요 장점 높은 환경적 완전성, 감축량의 확실성 초기 투자 비용 확보 용이, 사업 활성화 기여
한계점 사업 초기 자금 조달 어려움, 감축 실현까지 시간 소요 실제 감축량과의 불일치 위험, 과잉 발행 가능성

2. EPC 발행 단계별 주요 메커니즘

EPC 발행은 크게 네 단계로 분류됩니다. 이 과정은 잠재적 탄소 감축 효과를 사전에 평가하고 미래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1. 사업 계획 검토 및 승인: 기후기술 기업은 Pre-PDD(사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인증기관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 추가성, 지속성, 검증 가능성 등을 평가합니다. 기존 사후 배출권의 PDD와 달리, 기술의 상용화 단계에 초점을 맞춰 미래 잠재적 감축 효과를 평가합니다.
  2. EPC 발행량 할인(Discount): 프로젝트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잠재 감축량에 비례하여 EPC 발행량을 일정 비율 할인하여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합니다. 객관적인 외부 기술 평가 전문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시장 안정성 확보의 핵심 장치입니다.
  3. EPC 수요 확보 및 발행: 최종 발행 가능량의 최대 80%까지만 발행 신청 가능하며, 잔여 20%는 공급자(기업)가 보유합니다. 발행된 EPC는 인증센터의 등록 시스템에 등록되어 투명하게 추적 관리됩니다.
  4. (성과 발생 시) 다른 형태로의 크레딧 교체: 기후기술이 상용화되어 실제 탄소 감축이 발생하면, 수요자에게 우선적으로 실제 감축량 기반 크레딧으로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사후 교체 방식’ 도입을 제안합니다. 이는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입니다.

Part 03. EPC 메커니즘 참여자와 성공을 위한 위험 관리 방안

1. 주요 이해관계자의 역할과 이점

EPC 메커니즘에는 크게 기후기술 기업(공급자), EPC 인증센터, 크레딧 수요자(구매자 및 투자자)가 참여합니다.

  • 기후기술 기업 (공급자): 연구개발 및 초기 설비 투자 자금을 사전 금융 형태로 확보하고, 엄격한 검토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 및 기업 자체의 공신력이 향상되어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EPC 인증센터: EPC 발행 사업 계획 검토/승인, 발행량 산정 평가 모델 개발/운영 및 외부 기술 평가 기관 협력, 등록 시스템 관리 및 거래 추적, EPC 발행 기업 정보 공시 등 시장 신뢰성과 효율적 운영을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 크레딧 수요자 (구매자/투자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고품질 크레딧 물량 확보가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사전 구매하여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매력도 가집니다.

2. EPC 거래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위험 관리 방안

미래 감축량을 기반으로 하는 EPC의 특성상 잠재적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입니다.

핵심 위험 관리 방안 세부 내용
발행량 할인율 적용 외부 기술 평가 기반으로 기술적 불확실성을 반영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투자자 위험을 선제적으로 줄임.
공급자 보상 방안 실제 크레딧 전환 시 발행량이 판매량의 일정 비율에 미달할 경우, 공급자(기업)가 현금으로 차액을 보상하여 수요자 손실 일부 보전 검토.
크레딧 전문 보험 도입 공급자의 보상 의무 불이행에 대비하여 구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문 보험 상품 도입 검토.
정보 공시 의무화 발행 기업의 재무, 기술 개발 현황, 프로젝트 진행 상황 등 관련 정보의 투명 공시를 의무화하여 정보 접근성 및 투자 판단 신뢰도 강화.

Part 04. 국내 EPC 활성화를 위한 필수 조건과 미래 전망

1. 신뢰성 있는 크레딧 인프라 확보

EPC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크레딧의 신뢰도를 높이는 인프라 구축이 선결 과제입니다.

  • 공인된 MRV 시스템: EPC 프로젝트의 실제 탄소 감축량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측정, 보고, 검증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시스템 구축.
  • 데이터 신뢰성 확보: 블록체인 등 신뢰 기반 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하여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 전문 검증 기관 육성: 감축 성과를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할 전문 기관을 육성하고 검증 프로세스 표준화 및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2. 제도적 기반 정립 및 사회적 수용성 확보

EPC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활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 크레딧 활용 방안 정립 및 제도적 인정: ETS 상쇄 수단, NDC 기여, 국제 탄소시장(ITMO 등) 연계 등 다양한 경로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 신뢰도 및 사회적 수용성 확보 (그린워싱 우려 해소): 실제 감축량 미달 위험 및 과대평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그린워싱 논란)를 해소하기 위해 엄격하고 투명한 발행 및 검증 절차, 지속적인 정보 공시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 국내외 탄소시장 표준과의 호환성 모색: 장기적으로 국제 자발적 탄소시장 또는 파리협정 제6조 하의 국제 감축 실적 이전과의 연계를 통해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국제 표준과의 호환성 확보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 기술 기반 탄소 감축 생태계의 선도자, EPC

EPC는 감축 실적 기반이 아닌, 기술의 잠재력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센티브 메커니즘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탄소 감축 기술에 ‘기회의 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사전적 크레딧 개념은 시도된 바 있으나, MRV 신뢰성 부족 등으로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따라서 EPC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사전 인정 방식에 대한 제도적 정의 및 회계처리 기준 마련,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크레딧 설계, 그리고 정부, 인증 기관, 기업 간의 강력한 협력 구조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탄소 감축 시장이 기술 중심으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EPC는 한국이 기술 기반 탄소 감축 생태계의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아 EPC 제도화와 시장 안착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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