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수만 가지 가치관이 난립하는 ‘평균 실종’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인류 대다수가 공감하는 화두가 있습니다.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입니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은 이러한 ESG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마치 게임이나 심리 테스트처럼 접근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ESGame’입니다. ESGame은 복잡하게 얽힌 ESG 이슈에 대한 대중의 감정적, 심리적 선호를 정량화하여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ESGame은 E·S·G와 연관된 여러 문항에 대한 참여자의 선호 가치를 선택하게 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지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유형화하는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MIT 미디어랩의 Moral Machine 서베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흥미로운 **양자택일 방식의 서베이**를 고안했습니다. 단순 설문조사 형태를 넘어, 참가자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ESG 이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잠재된 심리를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SG 경영이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과의 소통과 공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법은 매우 중요합니다.
Part 1. ESG 항목 선호도: 투자는 ‘S’에, 판단 기준도 ‘S’
ESGame 1.0ver (2021년): ‘선호’하는 기업
초기 버전인 ESGame 1.0은 대중이 어떤 ESG 요소에 가치를 두는지 파악하기 위해, “투자하고 싶은 기업”과 “사회에 필요한 기업”을 양자택일 방식으로 제시했습니다. 기업의 ESG 활동이 실제 대중의 선호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 결과: 응답자들은 전반적으로 S(사회) 항목을 잘하는 기업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ESG의 세 요소 중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직결되는 인권, 노동, 지역사회 문제**에 대중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주요 선호 항목: S 항목 중 ‘일-삶의 균형(워라밸)’과 ‘협력사와 동반 성장’이, G 항목에서는 ‘성과 평가 보상 합리화’가 높은 선택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대중이 기업의 **내부 구성원 만족도**와 **가치사슬 내의 공정성**에 높은 중요도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특히 워라밸과 성과 보상 합리화는 직접적인 노동 환경과 관련된 항목으로, 개인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적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 낮은 선호 항목: ‘장애인 비율이 높은 기업’이나 ‘이사회 다양성이 높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선택 비율이 낮았습니다. 이러한 항목들이 사회 정의 측면에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선호도가 낮은 것은, 일반 대중이 ESG 이슈를 판단할 때 **자신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은 항목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음을 방증합니다. 또한, ‘다양성’ 같은 추상적인 거버넌스 이슈보다는 ‘협력사 동반 성장’처럼 구체적인 사회적 기여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ESGame 1.5ver (2022년):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
연구팀은 기업에 대한 ‘긍정적 선호’와 ‘부정적 회피’의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질문을 상반된 내용으로 변경했습니다. 즉, **기업의 ‘잘하는 점’과 ‘잘못하는 점’에 대한 대중의 민감도**를 각각 측정하고자 했습니다.
- 착한 기업 기준: 근로재해 예방(S), 워라밸(S) 등 주로 S 항목이었습니다. 기업이 ‘착하다’고 인정받는 조건은 직원들의 **안전과 행복**이 보장되는 내부 환경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 나쁜 기업 기준: 부패(G), 근로재해(S), 협력사 부담 전가(S) 등의 기업이 나쁜 기업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특히 부패와 같은 거버넌스 리스크는 기업 신뢰도를 가장 크게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부정적 이슈에 대한 대중의 회피 심리**가 긍정적 이슈 선호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리스크 요인’ 관리가 최우선 과제임을 시사합니다.
- 핵심 시사점: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은 주로 ESG 중 S(사회) 영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기업은 S 영역의 긍정적 활동을 통해 선호도를 높일 수 있지만, S 영역 및 G 영역의 부정적 활동은 기업 이미지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킨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Part 2. 유형화와 심리 분석: 성별·연령별로 다른 ESG 관점
ESGame 2.0ver (2022년): 대중의 ESG 심리 유형
ESGame 2.0 버전은 응답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오픈형 서베이로 고도화되었으며, 누적된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7가지의 ESG 심리 유형**이 도출되었습니다. 이 유형 분석은 대중을 단순 그룹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어떤 ESG 가치에 가장 크게 반응하고 민감하게 느끼는지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 성별 차이: 여성은 E(환경)를, 남성은 G(거버넌스)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여성 응답자들은 환경 오염, 자원 절약 등 지구 환경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반면, 남성 응답자들은 투명성, 이사회, 회계 등 기업의 **시스템과 통제 구조**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 연령 차이: 10대와 20대 청년층은 글로벌하고 탈노동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30대 이후는 거버넌스를 중요시하고 환경을 덜 중시하는 경향이 급격히 나타났습니다. 특히 30대 이후는 사회생활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이나 경제적 안정성을 경험했기 때문에, ESG를 **’투자 및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바라보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ESGame 2.1ver (2022년~): ‘다니고 싶은 기업’
‘사회에 필요한 기업’과 ‘다니고 싶은 기업’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대중이 **기업에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과 **개인이 기업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가치** 사이의 괴리를 측정했습니다. 이 분석은 기업의 인재 확보 전략과 ESG 메시징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 관점 차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환경(E)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았으나,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다니고 싶은 기업’으로는 거버넌스(G)에 힘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대중은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환경 문제를 우선시하지만, ‘개인의 생계와 안정’을 위해서는 조직의 투명성, 공정성, 안정성(G)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함을 보여줍니다.
- 시기별 변화: 이전 조사에서 가장 낮았던 ‘장애인 고용에 힘쓰는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후기 조사(2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 점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미디어나 사회적 캠페인을 통해 **소수자 및 사회 정의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응답자들이 이러한 사회 정의 중시 성향을 실제 기업 선택에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CSR) 영역에서도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ESGame이 제시하는 ESG 트렌드의 ‘치트키’
ESGame 프로젝트는 대중의 ESG 인식을 단순한 설문조사를 넘어, 흥미와 몰입을 유도하는 **’게임화(Gamification)’**를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ESG에 대한 대중의 감정적, 심리적 선호를 파악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며, 대중 인식의 **’N극화’** 시대에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향후 연구팀은 ESG 트렌드를 보여주는